직장인으로서의 상담사02
LIFE 취업게시판 Risa 2019-10-25 9 0

내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5년 남짓 상담판을 구르고 나서야 제정신이 들어서다.

우선 나는 상담에 잘 맞는 사람이 아니었다.

상담판 들어오면 꼭 하는 소리들이 있다. '사람이 여러 종류이듯 상담사도 여러 종류일 수 있어.'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의 자기자신을 찾으라 뭐 이런 얘기다.

그 얼마나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인가. 순진하면 세상이 때로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그땐 그랬다.

이론적으로는 맞다. 상담사도 여러 종류일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심리상담사'라는 어떤 성격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내담자에게도 일관된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과의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그 과정 자체에서 상담적 효과를 끌어내는 것이다. 말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

쉽게 말해서 헬스장 PT도 과묵하게 굴려서 살 쫙쫙 빼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재밌고 웃기게 굴리면서 계속 꾸준히 하게 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상담사도 그런 스타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거다.

상담사들은 상담 이론을 가지고 상담을 한다. 그런데 그 이론도 상담사마다 다 다르다. 그러니 상담 스타일이 다 달라지는 건 당연한 것이다.

같은 우울함을 가지고 상담사를 찾아가도, 어떤 상담사는 어릴때의 기억부터 짚어가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우울함을 날려버릴 행동을 가르쳐주는 사람도 있다.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어느게 더 좋다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물론 초월 베테랑의 경우는 사람마다 맞는 스타일이 있을테니 그 스타일을 바로 캐치해서 그쪽으로 접근한다. 근데 이건 초월 베테랑이고. 대한민국에 몇 명 없다.

자 여기서 상담사의 성격 얘기가 나왔다. 이론적으로 설명해 놓은 걸 보면 그냥 어떤 성격이든 해도 될 것 같다. 문제는 상담사의 '직장' 에 있다.

우리나라 상담사들은 어디에 고용돼서 일을 할까?

1. 국가 예산을 받는 센터

2. 회사 안에 있는 사내 복지를 위한 상담센터

3. 개인센터

셋 중 하나다. 4. 군 상담사도 있긴 한데 여기는 1번에 포함시키도록 하겠다.

1번은 흔히 많이 듣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인터넷중독상담센터, 정신보건증진센터 등이다.

2번은 현대, LG, SK 이런 회사 내에 있는 상담부서다.

3번은 길가다 가끔 보이는 ㅇㅇㅇ심리상담센터 이렇게 간판 달고 있는 곳들이다.

어딜가나 일이니까 빡세고 힘들긴 하다. 어디가 더 힘들다 덜 힘들다 얘기는 안 하겠다. 하지만 1번은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왜?

예산으로 집행되는 곳이니까.

예산으로 집행된다는 말은 쉽게말해 나라에서 예산을 떼어주면서 옛다 이 돈으로 해라, 하는 곳이다.

자 나랏돈은 거저 먹나. 몇십억단위가 되면 눈먼돈이라 하는데 몇만원 단위는 자린고비도 그런 고비가 없다. 심지어 상담예산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실적은 매 해 올려야 한다.

자, 이 말에서 뭔가 이상한게 느껴지지 않는가?

>>예산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실적은 매 해 올려야 한다<<

예산을 줄이면서 실적을 올리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의사양반.

의사양반도 모른다. 아무튼 그러라고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구워먹는 것보다 무서운 국감장에서 갈아마심을 당한다고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여가부'나 '보건복지부'나 '교육부'의 이름을 달고 있는 센터들은 저 실적의 노예들이다.

얼마나 심각한 실적의 노예들이냐면, 없는 내담자가 생겨나기도 하고 안 한 상담이 기록되기도 한다. 그 정도 가라 입력이야 뭐 어느 국가기관에서나 다 하는 짓이니까. 그냥 애교로 넘어가자.

문제가 되는 건 상담자의 월급과 노동시간이 안 맞게 되는 것이다.

예산은 그대론데 일은 더 해야 하는 상황이 자꾸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늘어나면 추가수당을 줘야 한다. 추가수당을 줄 수는 없다. 청구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실적은 늘려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사례를 늘려서 일을 더 하되 보고는 예전이랑 같은 시간만큼만 했습니다. 하지만 사례수는 늘었어요~ 하는 귀신이 덤블링하는 현상이 생겨난다.

이 현상이 그냥 한두번 해프닝으로 일어나고 말면 괜찮은데, 매 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아주 큰 포인트이다. 어디까지 사람이 미쳐서 일을 할 수 있는지 테스트 중인 것 같다.

인턴 얘기하다가 센터 얘기로 뛰었다.

자 그런데 이 센터 사람들은 바보라서 저걸 참고 그냥 하라는대로 네네 하고 일할까?

내가 보기에 일단 상담밖에 모르는 바보 순둥이들도 맞고, 두 번째로는 저 박봉의 센터나마 들어가기가 개처럼 힘들다는 거다.

전에 대학원 들어가는데 고생한 얘기 썼다. 그 다음에 인턴, 돈 드리며 해야 한다고 했지. 이 와중에 중간에 어떻게 돈을 빼먹냐면

인턴한테는 수련비를 받고, 그 인턴이 상담해주는 사람들한테는 만원, 삼만원 정도씩 싼값에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또 상담료를 받는다. 그 상담비는? 다 사설 훈련기관이 챙긴다.

아, 나라 예산 받는 센터 인턴들은 돈은 안 낸다. 대신 받는 돈도 없다. 그리고 그만큼 케이스도 안 준다.

2급 자격증을 따려면 상담 케이스를 쌓아야 한다. 정확한 상담 자격증 요건은 5사례 50회기, 슈퍼비전 10회기+ 검사 또 따로 이래저래 쌓을게 많다. 공개사례발표도 해야 하고...

5사례 50회기라는 건 5명을 50번 만나야 한다는 소리다. 그런데 상담은 드랍이 많이 된다. 드랍이란 건 중도탈락이다. 상담을 받던 사람(내담자)이 중간에 그냥 안 와버리는 거다. 그런 경우가 정말 많다. 그럼 다른 내담자를 만나야지? 그런데 센터에서는 인턴에게 사례를 잘 주지 않는다. 그리고 예산받는 센터들은 기본적으로 행정일이 징그럽게 많다. 지우개 하나를 사도 서류 다섯 개를 써야 하는 미친 곳이다. 그러니 인턴은 상담이 아니라 행정이나 잡다한 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당연히 사례가 안 쌓이겠지? 사례가 안 쌓이면 2급을 못 따고, 2급을 못 따면 취업을 못 해요.

그러니 돈내고 수련을 받게 되는 것이다. 최소한 수련을 받으면 슈퍼비전 비용이 포함이 되어 있고 사례를 채우는 건 확실하게 보장해 주니까.

저 슈퍼비전이란 건 내가 멋대로 할 수 없으니까 1급 슈퍼바이저한테 상담사례를 보여주면서 뭘 더 해야 하고 뭘 잘하고 잘못했는지 교정을 받는 과정이다. 이게 한 번에 싸면 7만원 비싸면 13만원을 넘는다. 그걸 몇 번? 10번. 벌써 100만원이네. 유후! 거기다 검사 슈퍼비전도 있다. 검사 실시 10번에 슈퍼비전 5번이다. 이것도 50만원. 유후! 그런데 검사는 그냥 배워요? 대학원 다니면 자동으로 배울 것 같죠? 어림없는 소리. 검사 교육마다 따라다니면서 내 돈으로 배워요. 얼마? 검사당 30-40. 기본적으로 쓰는 검사 MBTI, MMPI, 로샤, 지능검사, 진로검사, 벌써 다섯개. 그런데 검사가 한 번만 배우면 될까? 초급, 중급, 고급과정 나뉜다. 얼말까? 계산해 보자.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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